대충하는 자세 버리고 청년들처럼 집중해야

2019년도 트렌드 키워드 중에 하나가 ‘꼰대’라는 단어이다. 세계적인 보이그룹 BTS의 인기곡 ‘앙팡맨’에서 그룹 리더인 RM은 20대의 젊은 나이인데도 ‘주변에서 너도 꼰대 다됐어’라고 비꼬는 말을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 20, 30대도 꼰대 취급받는 시대에 50대, 심지어 60대가 넘으면 얼마나 꼰대 취급을 받을까? 뒷방 늙은이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꼰대’는커녕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자기 사업을 일궈가는 엑티브 시니어들이 있다. 그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그들의 사례들을 찾아보자. 

예순이 넘어가면 은퇴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도전하는 시니어는 아름답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곰작골나주곰탕을 운영하는 김명진 사장(68세)은 60이 넘은 나이에 창업에 도전했다. 

김명진 사장이 운영하는 가게는 곰작골 나주곰탕 화양점이다. 82㎡(25평)의 자그마한 음식점이다. 어린이대공원을 사이에 두고 건국대학교, 세종대학교가 위치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곳은 유동인구가 많아 학교 앞으로 먹자거리가 형성돼 있다. 낮에는 중고생, 밤에는 대학생과 직장인이 찾는 상권이다.

김 사장은 원래 외무부를 거쳐 영어권 대사관에서 근무한 공무원이었다. 동생이 운영하는 팝 레스토랑을 돕다가 흥미를 느껴 사업의 길로 들어섰다. 외식업을 배우고자 60이 넘는 나이에 곰작골 나주곰탕 점장 채용에 지원했다. 근무한 지 6개월 만에 매출 200% 신장을 이뤄 매장을 인수해 사장이 됐다.

곰작골 나주곰탕은 육수 파우더를 사용하지 않는다. 본사에서 만든 육수를 3kg씩 냉동 포장해 가맹점으로 보내준다. 매장에서는 육수를 솥에 넣고 오랜 시간 고아 준다. 중간마다 불순물과 기름을 걷어내면 맑은 국물의 나주곰탕이 만들어진다.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진한 사골국물을 먹을 수 있어 야간에도 중·장년 손님이 많다.

주 고객층에 맞게 매장 분위기를 바꾼 것도 매출 상승 비결 중 하나다. 김 사장은 꾸준히 해오던 머리염색을 곰탕집을 시작하며 포기했다. 직원도 중·장년층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40대 이상으로 구성했다. 화양점은 곰탕 한 그릇 먹으며 인생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매장이다.

음악치료사에서 레스토랑 사장으로

50대 중반에 삶에 새로운 활기를 주고자 창업에 도전한 액티브 시니어도 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뚜띠쿠치나 공덕점의 백승애(61세) 사장이다. 창업하기 전 백 사장은 20년 넘게 음악치료사로 일해 왔다.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던 경험을 살려 직원과 고객을 대하고 있다. 

백승애 사장은 자가 건물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창업했다. 창업 초기 매출은 그닥 높지 않았지만 음악치료 경험을 살린 탁월한 고객관계 관리 능력으로 매출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창업 당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매출이 높아졌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고객관리와 직원 관리가 핵심이다. 거기서 맛 관리, 서비스 관리 등 사업의 경쟁력이 나온다. 백 사장은 매월 1~10일 정기적으로 직원 개인 면담 시간을 갖는다. 직원 한 명씩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든 부분은 개선해 주려 신경 쓴다. 백 사장은 가끔 고객을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뜻밖의 이벤트에 주말 나들이 온 가족, 연인의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단골의 개인적인 고민도 신중히 들어준다. 식사 시간보다 백 사장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 길 때도 있다.

뚜띠쿠치나 공덕점을 처음 간 사람은 백승애 사장이 매장 고객 중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만큼 단골이 많기 때문이다. 

7년째 매출을 상승시킨 건 상품력에 있다. 뚜띠쿠치나는 이태리 화덕피자와 파스타, 샐러드, 스테이크 등을 파는 매장이다. 좋은 원재료 사용, 맛, 가성비 높은 합리적인 가격이 경쟁력이다. 국내산 마늘을 고집하고 천연발효된 빵을 사용하며 100% 후레쉬 모짜렐라 치즈를 사용한다.

환갑의 나이지만 백 사장은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 등 SNS 채널을 직접 관리한다. 시간 날 때 틈틈이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리며 소통에 신경 쓴다.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젊은 고객을 위해 네이버 예약도 시작했다. 배달 대행도 3년 전 일찌감치 도입했다. 배달이 전체 매출의 1/5을 차지한다.

주방보조부터 시작한 철저한 창업 준비

철저한 창업준비로 ‘은퇴 없는 삶’을 사는 사장도 있다. 죽이야기 시흥시화점 손용순(67세) 사장은 창업을 위해 천천히 단계를 밟았다. 2년 넘게 죽브랜드 가맹점 주방보조로 일했다. 이후 죽이야기 시흥시화점 주방장으로 이직했다. 그때 나이가 60세였다.

처음 갔을 당시 바로 건너편에 유명 브랜드 죽 가맹점이 있어 상황이 좋지 않았다. 매출도 20만 원 선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전에 일했던 매장보다 맛이 뛰어났다. 완도에서 가장 신선한 활전복을 들여오는 등 재료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상품력에 확신이 있었기에 집 담보 대출을 보태 매장을 인수했다. 8년째 매장을 운영하며 매출을 3배 이상 끌어올렸다. 

손 사장의 성공비결은 연륜에서 나온 신중함이다. 창업할 업종 전문가가 되고자 6년 이상 직원으로 근무하며 사업성을 꼼꼼히 검토했다. 특히 가맹본사가 신뢰성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장의 인품과 경영철학을 조사했다. 죽이야기 임영서 대표를 만나고 책을 구입해 읽어 보기도 했다. 가맹점에 대한 헌신이 느껴져 믿고 함께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나이 든 사장이라고 뒷짐지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조리부터 설거지까지 직원과 함께했다. 내 손자를 위한 죽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직접 식자재를 챙겼다. 모든 식기를 삶아 살균 처리하고 직원 위생모, 마스크 착용부터 손톱까지 세심하게 위생검사를 한다.

노후 대비를 위해 제주도에 치킨 집을 낸 경우도 있다. 자담치킨 아라점 김향완(55세) 사장이다. 아라점은 자담치킨 제주 1호점이다. 김 사장은 제주에서 평생을 살아온 토박이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중 노후대비를 위해 치킨 브랜드 창업을 알아봤다.

‘국내 최초 동물복지’ 치킨이라는 점에 끌려 자담치킨을 선택했다. 동물복지 중심으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자담치킨은 육계농장에서부터 이동운반, 도계장(계류장 포함) 등 3개 분야에서 모두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참프레 닭만 사용한다. 치킨 무 역시 빙초산, 사카린 등 인체에 해로운 화학재료를 일체 쓰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김 사장은 보험설계사 경험을 살려 고객 만족을 위해 뛰었다. 비 오는 날 장거리 배달도 젊은 직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간다. 치킨만 주고 돌아서지 않고 자담치킨 브랜드 특징을 알리려 노력한다. 배달로 시켜 먹은 후 만족해 매장을 찾는 손님도 많다. 아라점은 현재 62㎡(19평)의 매장에서 하루 약 14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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